1. 빛을 정지시키고 저장하는 혁신적 실험: Pr:YSO 연구의 시작
2002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함병승 박사와 미국 공군연구소(AFRL)의 필립 헤머 박사는 ‘Pr:YSO’라는 희토류 이온이 도핑된 고체 결정에서 빛을 ‘정지’시키고 일정 시간 동안 저장한 뒤 다시 재생하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물리학 분야 최상위 저널인 Physical Review Letters에 실리면서 전 세계 과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Pr:YSO’란 프라세오디뮴(Praseodymium) 이온이 희토류 Yttrium Silicate(Y2SiO5) 고체 결정에 첨가된 물질입니다. 이 고체 내에 존재하는 희토류 이온들은 매우 안정적이며, 특정 파장의 빛을 흡수·방출하는 특성을 지닙니다. 연구팀은 두 개의 정밀한 레이저 빔을 이용해 고체 내 희토류 이온의 양자 상태를 조작, 빛의 속도를 극도로 느리게 한 뒤 결국 ‘멈추게’ 만들었고, 저장된 빛을 원하는 시점에 다시 꺼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성과는 빛의 정보를 ‘양자 상태’로 고체 속에 저장하는 ‘양자 메모리’의 기초를 닦은 획기적인 업적이었습니다. 당시 이 기술은 광자(빛 입자) 기반 양자 컴퓨팅 및 양자 통신 기술의 최대 난제로 꼽히던 빛 저장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를 제공했습니다.
2. 빛 저장 기술이 가지는 과학적 의미와 원리
빛은 본질적으로 매우 빠르고, 그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며 특정 공간에 머무르는 것이 어렵습니다. 정보 처리 관점에서 빛은 ‘초고속 데이터 전달자’ 역할을 하지만, 저장하는 것은 전통적인 전자기장이나 반도체 기술과는 전혀 다른 도전입니다.
‘전자기 유도 투명성(EIT, Electromagnetically Induced Transparency)’이라는 양자광학 현상을 이용한 이 연구는, 레이저 빛을 고체 속 원자(희토류 이온)의 특정 에너지 준위에 맞춰 조작해 빛의 진행을 멈추고 저장할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고체 내 원자들의 양자 상태가 빛의 정보를 그대로 보존하며 ‘양자 메모리’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이 메커니즘은 기존의 빛 저장 방법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집적도가 높으며, 전통적인 진공관이나 가스 상태의 매질 대신 ‘고체’ 매질을 활용해 실용적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과학계의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3. 빛 저장 기술과 양자컴퓨터: 왜 중요한가?
양자컴퓨터는 양자 비트(qubit)를 활용해 병렬 계산과 양자 얽힘 현상을 통해 기존 컴퓨터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연산을 수행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초고속 연산을 위해서는 ‘양자 상태’를 안정적으로 저장하고, 필요할 때 다시 불러오는 양자 메모리가 필수적입니다.
빛 저장 기술은 바로 이 ‘양자 메모리’ 구현의 핵심입니다. 고체 내에서 빛을 저장했다 재생하는 기술은 양자 신호를 안정적으로 다루는 데 있어서 기존의 제한을 극복하고, 실용적 양자컴퓨터 설계의 기반을 마련해줍니다.
만약 이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대용량 양자 정보 저장과 빠른 양자 연산이 가능해져 신약 개발, 신소재 탐색, 복잡한 물리·화학 시뮬레이션, 고도 암호화 및 보안 시스템 구축 등에서 혁신적인 발전이 기대됩니다.
4. 최초 연구자들의 연구 여정과 현재
함병승 박사: 양자광학과 정보기술의 선구자
함병승 박사는 1990년대 중반부터 희토류 이온을 도핑한 고체 매질에서 ‘전자기 유도 투명성(EIT)’ 실험을 세계 최초로 성공시킨 권위자입니다. 2002년 ‘Pr:YSO’ 연구 성과는 그간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의 결실이었으며, 이후 그는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로 재직하면서 양자 메모리, 광자 논리 게이트, 양자 통신 분야에서 세계적 연구를 이끌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의 ‘광자 정보 처리(PIP)’ 프로젝트 책임자로, 양자 컴퓨터의 근간이 될 기술들을 연구·개발하며 국가 양자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필립 헤머 박사: 다학제적 연구의 개척자
필립 헤머 박사는 1984년 MIT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공군연구소에서 물리학자로 활약하며 고체 빛 저장 연구에 참여했습니다. 현재 텍사스 A&M 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양자 메모리와 양자 컴퓨팅, 나노광학, 다이아몬드 기반 양자 기술 분야 연구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그의 연구는 양자 메모리의 안정성 및 확장성 확보를 목표로, 빛 저장 기술의 실용화와 상용화를 위한 다각도의 시도를 보여줍니다.
5. 20년 후, 현재 양자컴퓨터와 빛 저장 기술의 접점
최근 몇 년 사이 IBM,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삼성전자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수십~수백 큐비트 규모의 양자컴퓨터를 공개하고, 초기 상용화 단계를 밟고 있습니다. 하지만 ‘양자 메모리’는 아직 완전한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한 기술로, 양자컴퓨터 대중화의 마지막 퍼즐로 여겨집니다.
빛 저장 기술, 특히 고체 매질 기반의 양자 메모리는 대규모 양자 네트워크, 양자 인터넷 구현에 필수이며, 한국도 정부 주도 하에 여러 연구기관과 대학에서 활발히 개발 중입니다. 함병승 박사 연구팀은 국내 대표적 연구진으로서, 관련 분야의 세계적 권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6. 기술 완성 시점과 전망
과학계는 2030년대 중반까지 양자 메모리를 포함한 완전한 양자컴퓨터 구현을 목표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양자 기술은 급속도로 발전 중이지만, 노이즈 제어, 큐비트 수 확장, 양자 오류 수정 등 난제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빛 저장 기술의 발전은 이 난제를 해결하는 핵심 열쇠이며, 앞으로 수년 내에 양자컴퓨터와 양자 인터넷 시대가 본격 도래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맺음말
함병승 박사와 필립 헤머 박사의 ‘Pr:YSO’ 고체 빛 저장 연구는 양자 정보기술 발전의 이정표였습니다. 20년 넘는 세월 동안 이 기술은 꾸준히 진화하며, 오늘날 양자컴퓨터와 양자 통신 실용화에 없어서는 안 될 토대가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이 분야의 연구 동향을 주시하며, 빛과 양자가 만나 만들어낼 미래 컴퓨팅 혁명에 주목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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