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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열차분야지도: 한국 천문학의 정수이자 세계적 유산(1편)

by cocori 2025.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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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는 현재까지 발견된 천문도 가운데 관측 연대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이른 시기에 제작된 전천(全天) 천문도입니다. 조선 태조 4년(1395년)에 완성되어 이듬해(1396년) 거대한 오석(烏石) 위에 새겨진 석각본입니다. 이 지도는 한반도의 고유한 천문 관측 전통을 집대성한 것으로, 정밀도와 과학적 가치 면에서 동아시아 전체를 통틀어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천문도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천상열차분야지도’라는 이름에는 독특한 동양적 우주관이 녹아 있습니다.

  • ‘천상’은 하늘 위의 별들을,
  • ‘열차’는 별들의 배열과 이동 순서를,
  • ‘분야’는 하늘을 지상에 있는 행정구역처럼 28개 구역으로 나눈 개념을 의미하며,
  • ‘지도’는 이러한 모든 정보를 시각화한 지도임을 뜻한다.

천상열차분야지도

 

1. 제작 배경과 역사

조선 건국 직후 태조 이성계는 새 왕조의 정통성과 과학적 역량을 대외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천문도 제작을 명했습니다. 당시 사라진 고려의 천문도 일부(영인본)를 입수해 서운관에서 이를 교정하였고, 권근, 류방택, 권중화 등 11인의 학자들이 주축이 되어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기록에 따라서는 세종대에 이르러 완성되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임진왜란 때 궁궐 화재로 잊혀졌던 이 석각본은 **숙종 13년(1687년)**에 마모된 원본을 바탕으로 다시 석각되어 보존되었으며, 두 석각본 모두 현존하고 있습니다. 태조본은 1985년에 국보 제228호로, 숙종본은 보물로 지정되었습니다.

2. 구조와 과학적 정밀성

이 천문도는 북극성을 중심으로, 적도·황도·28수(별자리)·12지(地支)·황도 12궁 등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으며, 별의 위치는 물론 밝기까지도 구분되어 있습니다. 총 1,467개의 별이 283개 별자리로 묶여 있는데, 이는 현대의 88개 별자리보다 훨씬 많은 수입니다.

각 별자리는 대표별(距星)과 북극성을 연결한 선으로 정밀하게 표현되었고, 관측자의 위도에 따른 북극성의 고도 차이까지 반영되어 있습니다. 또한 24절기, 입수도(별이 진입하는 각도), 성수분도, 논천설, 작성자 명단 등 천문·지리·과학이 융합된 정보가 새겨져 있어 단순한 천문 지도를 넘어선 과학기술 총합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3. 문화사적 의미

천상열차분야지도는 단순한 과학 유산이 아니라 한민족의 고대 천문 과학력이 이미 뛰어났음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원본은 고구려 천문도의 전통을 계승한 것으로 추정되며, 일부 도상은 중국보다 오히려 앞선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일본 기토라 고분의 천문도(7~8세기)와의 관련성도 학계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중국에는 존재하지 않는 ‘종대부(宗大夫)’라는 독자적인 별자리가 포함되어 있으며, 이는 17세기 일본의 시부카와 하루미가 제작한 천문도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는 조선 천문학이 중국, 일본에까지 영향을 준 사실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천상열차분야지도 석각본

4. 현대의 재조명과 활용

천상열차분야지도의 진정한 가치는 서양 학자인 W.C. 루퍼스가 1936년 『한국 천문학』에서 최초로 언급했습니다. 이후에도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며 유물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혔습니다. 그러다 1960년대 창경궁 명정전 인근에서 방치된 석각본이 발견되며 재조명되기 시작했습니다.

1985년에는 태조본이 국보 제228호로 지정되었고, 2007년에 발행된 1만 원권 지폐 뒷면에도 모사본이 사용되었습니다. 다만, 당시 별의 위치와 밝기 정보가 누락되거나 부정확하다는 과학계의 비판도 있었습니다.

2006년에는 신한은행이 일본 텐리대학 소장 목각본을 환수했고,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공연에서 천상열차분야지도를 형상화함으로써 세계인들에게 그 존재를 알리기도 했습니다.

하늘을 새기다.

 

5. 문화재 정보

  • 명칭: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
  • 지정: 대한민국 국보 제228호 (1985.8.9)
  • 소재지: 서울특별시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 크기: 가로 122.8cm, 세로 200.9cm의 대형 오석
  • 제작 시기: 조선 태조 4년(1395년)

6. 결론 및 의의

천상열차분야지도는 단순한 천문 지도를 넘어서 우리 민족의 과학적·문화적 정체성과 자긍심을 상징하는 유산입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 정도의 정밀성과 과학성을 갖춘 천문도는 드물며, 고대 동아시아 천문학의 발전사에서 조선이 중심적 위치에 있었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날에도 이는 세계기록유산 후보 1순위로 거론되고 있으며, 대한민국이 자랑할 만한 세계적 과학문화유산임에 틀림없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시대 이러한 문화적,과학적 자부심을 가지고 새로운 시대를 앞서나가도록 해야겠습니다.

 

관련글 읽어보기

1. 천상열차분야지도: 현대적 가치와 세계적 영향(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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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heonsang Yeolcha Bunyajido: A Masterpiece of Korean Astronomy and a Global Scientific Heritage(part-1)

3. Cheonsang Yeolcha Bunyajido: Its Modern Relevance and Global Impact(part-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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